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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끝내주는서리19

  • 등록일 26-07-23
  • 조회1회
  • 이름끝내주는서리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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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원작연극#보후밀흐라발#정동환주연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결정하게 되는 일들이 있다. 보자마자 손이 먼저 움직이게 되는 것들. 이 공연이 그랬다. 아, 이건 봐야지. 이 극으로 올려진다니, 이건 봐야지. 사실 연출이 누구고 극단이 어디고 배우가 누구고 이런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그 작품이 연극으로 변주된다니, 궁금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맞이한 공연 당일, 포스터를 보고 알았다. 아, 잘 아는 얼굴의 배우님이 한탸구나, 그리고 배우님의 성함은 정동환이셨구나, 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숭길 25 SH아트홀너무 시끄러운 고독 악독극공연날 / 260704 - 260719공연 장소 / SH 아트홀 공연시간 80분 / 만 13세 이상 손일훈 (음악감독) 임야비 (각색, 연출) 정동환, 곽소영, 김동윤, 최승언, 원빈 (출연)여기 공연장 맞아요? 대학로도 처음, 대학로의 공연장도 처음인 녀석이 물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투명으로 들여다 보이는 계단에, 온통 종이들이 흩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SH 아트홀을 참 오랜만에 찾는 나도 가물가물해서 아마 그럴걸... 말을 흐렸다. 맞다 맞다. 왜냐면 여기는 ;의 공연장이니까. 평생 폐지를 압축하며 살았던 한탸의 지하실을 얘기할테니까. 미리 공연장을 이리 꾸며둔 센스와 정성! 녀석이 바닥을 가리키며 저거 나치! 도 외쳤다. 맞네, 맞다. 나치와 공산주의를 겪으며 풍부한 금서의 시대를 살았던 한탸의 얘기니까. 공연 리플릿도 구깃해져있다. 재밌다, 재밌다! 이미 공연장부터 원작 얘기를 안 할 수 없게 해두었다. 무슨 연극을 보는지도 모르고 따라 나선 녀석에게 원작 얘기를 해주고 지난 블로그 기록도 보여줬다. 대학로가 어떤 곳인지도 살짝 언급해줬다. 얼마나 대학로 하수구'>대학로 하수구'>대학로 하수구'>대학로 하수구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이 곳이 사라지지 않기를, 더욱 풍성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뿍 담아서. 녀석이 35년간 폐지를 압축하며 지하실에서 지내온 한탸를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블로그 기록을 다 읽고 나더니 그런다. 자기도 이해할 수 있다고. 압축 폐지공을 게임 플레이어로 대체해서 이해할 수 있다고. 네??? -_-??? 뭐, 여튼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니까 화이팅. 나름 앞자리인데 부디 코만 골지 말아다오, 딱 이 마음이었다.녀석이 물었다. 악독극이 뭐에요? 樂讀劇 이라는 한자를 짚어주며 즐거울 락, 읽을 독, 연극극 (...?) 즐겁게 읽는 연극? 이라고 아는 척을 해보았지만- 연극 제목만 보고 예매한 내가 알리가... 브로슈어에 적힌 정의는 이렇다. 기존 연극에서, 희곡의 대사는 배우의 발성(음성 언어)로 표현되며 관객은 청각을 통해 이를 인지한다. ​악독극에서는 관객이 책을 읽듯 자막 (문자 언어)를 통해 대사를 인지하게 된다. 즉, 의사소통의 다양화를 꾀하는 것인데, 배우는 연기는 물론 수어와 구화를 구사하기도 하며, 직접 글을 써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기도 하고, 기록된 발화인 레코딩과 내래이션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시도를 무대 위에서 병치 또는 조합하여 글에서 말이 들리고, 말에서 글이 읽히는 공감각적 관극을 목표로 하는 공연 형태다. 연극 리플릿 중에서책을 읽지 않는 시대, 악독극은 관객이 극장에 들어와 좋은 책 한 권을 완독하는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라는 소개글을 읽으며 처음 보는 악독극이 대체 어떨까, 생각했다. 이 책은 벽돌책이 아니지만, 상당 부분 한탸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묘사한다. 사건이 많지 않으며, 책 얘기가 훨씬 많은데 이 책을 어떻게 대학로 하수구'>대학로 하수구'>대학로 하수구'>대학로 하수구 무대에 올릴까. 기승전결이 분명히 필요한 연극이라는 장르로 어떻게 풀어낼까, 솔직히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녀석은 이름만 아는 원빈인데, 그 원빈이 이 원빈이냐고.. ^^:극중에서 정말 아름다우셨다는!내게 한탸는 보후밀 흐라발 작가님의 현신처럼 느껴진다. 구부정하고 인자한 얼굴을 하고 있는 위키피디아의 사진 그대로가 한탸일 거라고 내심 생각해 오고 있었다. 얼굴은 익히 알지만, 성함을 처음 들었던 정동환(1949~) 배우님이 보여주는 한탸는 어떨까. 우리 아빠 연세와 비슷하신데, 현역의 배우인 정동환 배우님. 로비에는 정동환 배우의 팬인듯한 분들이 많이 계셨다. 관객들의 연령대가 높아서 인상깊었다. 오래된 극장이라 좌석에 대한 기대가 전무했는데 생각보다 쾌적하고, 훌륭했다! 1층 B 블록 3열의 시야무대는 한탸의 주 생활 공간인 사무실 - 지하실이었다. 진짜 압축기계가 있고, 폐지들이 떨어져 있으며, 압축된 뭉텅이들이, 그리고 테이블엔 맥주컵과 조끼가. 무엇보다 책장이 압권이었다. 책을 많이 꽂은채 오래 있으면 책장의 중간이 내려 앉는데, 그렇게 된 책장이 있었다. 35년간 이 지하실에서 폐지를 압축하며 뜻하게 않게 교양인이 된 한탸의 저 책장 역시 35년 이상 되었을 테고, 얼마나 많은 금서들이 저 책장에 꽂혔을까 상상하게 했다. 아, 무대 맘에 든다. 객석에도 폐지들이 걸쳐져 있어서 이 또한 마치 한탸의 지하실에 앉아있는 기분이 들게 했다. 이 종이를 누가 다 뜯고, 구기고, 뿌렸을까, 총체극단 여집합의 주머니 사정은 모르지만, 그냥 왠지 스탭들이 손수 했을 거라는 상상을 해보며 맘으로나마 감탄했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을 메인 테마로 하는 이번 연극. 음악, 대사, 자막, 수화, 구화 등 다양한 이야기 대학로 하수구'>대학로 하수구'>대학로 하수구'>대학로 하수구 전달 수단에 주의를 기울이며 공연을 보았다.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전달하는 연극 무대, 오랜만이라 소름이 오소소. 너무 좋았다. 정동환 배우님의 피지컬이 좋아서 놀랐고, 아쉬웠다. 저 연세에 조금도 구부정하지 않으신 거 실화인가... 한탸는 좀 더 마르고, 피로하고, 구부정할 것 같은 상상이었는데, 배우님 관리 너무 잘하셨... 처음엔 그랬는데 갈수록 배우님의 얼굴만 보였다. 물처럼 맥주를 마시고, 책을 읽는 한탸. 지상에서 지하로 떨어진 책에 코를 박으며 냄새를 맡는 한탸. 그 시대의 금서가 노자, 예수, 소크라테스, 세네카, 헤겔 등이었기에 뜻하지 않게 교양인이 된 한탸의 기쁨에 찬 얼굴과 대비되는 피로, 창백, 불안, 무력을 배우님의 얼굴을 통해 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초월한 얼굴도, 허허거리는 웃음도, 이제 5년뒤에 은퇴할 것이고, 그 땐 이 압축기도 같이할 것이라 생각하며 돈을 모으는 한탸의 소소한 감정들이 읽혔다. 보였다. 폐지를 주워 지하실을 찾는 집시 여인들, 교수이나 좌천돼 하수구를 청소하는 두 남자의 실없는 연구 주제들을 듣는 한탸의 얼굴. 한탸만 보였다. 폐지들의 중간에 소중한 책을 펼쳐 두고, 압축된 꾸러미 위에는 명화를 두는,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그만의 작업을 하는 한탸. 비효율적이고, 느리고, 게으른 한탸. 퇴근시간도 잊고 책을 읽는 한탸. 극이 이어지는 동안 왠지 자꾸 마음이 미어졌다. 무대 왼쪽에 마련된 집으로 가기 위해 무대를 내려와 걷는데, 그러면서 관객들과 하나하나 눈맞춤을 하는 한탸를 보며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기도 했다. 아아, 나는 정말 한탸를 좋아하나봄...연출가님 인스타그램​사실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장소는 한탸의 집이었다. 대체 얼마나 대학로 하수구'>대학로 하수구'>대학로 하수구'>대학로 하수구 많은 금서 =명서들이 가득차 구부정하게 앉아서 잘 정도일까. 쌓인 책에 눌려 키가 작아질 정도의 한탸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그런데 집은 그렇게 공들이지 않으셔서 아쉬웠다. 극중에서 한탸를 따라오는 집시 여인과의 장면을 위해 준비된 집이라 그런지, 침대 하나와 침대 아래 쌓인 책 정도의 묘사가 다였다. 이해한다. 한탸의 집은 그렇게 내 상상 속에 두는 것으로. ​책의 상당 부분이 인용되었다. 극을 끝까지 따르면 정말 전체를 읽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책을 읽은 지 좀 되어서 한탸에 대한 연민 말고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새록새록 되살리게 되었다. 내가 블로그에 발췌한 구절들이 제법 많이 올라와서 기뻤다. 나도 아주 허투루 읽은 건 아닌 듯 해서. 그렇게 자막으로 책을 읽고, 배우님의 육성으로 35년간, 나는... 을 듣고, 노자와 예수의 등장을 보고, 전진하고 후퇴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집시 여인과의 짧은 행복, 체제가 데려간 사람, 변화하는 지하실, 거대한 압축기, 잃어버린 한탸의 미래를 지켜보고 있으면 스물스물 감정이 올라온다. 이 모든 시간의 흐름과 변화가 한탸를 몰아가고 있구나. 어떤 끝으로. 그 때즈음 한탸는 자신을 대체할 청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글을 쓰는데 이 손글씨가 그대로 화면에 반영되며 사각사각 소리와, 흘려쓰는 필체가 나타난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했던 결론으로 결국 치닫자 이어지는 훌쩍 훌쩍, 그리고 하늘에서 휴지들이 떨어지는데, 이렇게 적절할 수가... 내 자리가 마침 떨어지는 구멍 바로 아래였는지 많은 것들이 어깨에 떨어졌다. 휴지와, 폐지들이. 와, 책을 극으로 읽는 경험. 좋았다. ​보후밀 흐라발, 내가 상상한 한탸는 이 모습이었다밝은 곳으로 나오며, 녀석과 대학로 하수구'>대학로 하수구'>대학로 하수구'>대학로 하수구 잠시 얘기를 나눴다. 연극을 보는 내내 힐끔힐끔 녀석이 자나 안 자나 주의를 기울였는데 제법 진지하게 보고 있었다! 배우님과 눈도 마주쳤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선명하게 와닿지 않던 전진하는 예수와 근원으로 돌아가는 노자 (후퇴라고 쓰고 싶지 않은)의 얘기가, 세네카와 헤겔이 내게는 이 연극을 통해 조금 더 와닿았는데, 과연 녀석에게 얼마나 닿았을지는 잘. 그래도 도덕 시간이 싫다고, 왜 그런 종교와 철학과 이론을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게 지금 사는 데 무슨 쓸모가 있냐고 물었던 녀석에게 아주 거부감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아서 휴, 안도했다. 나도 그랬지. 그 시절에 이 사람들이 전혀 와닿지 않았지.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았다는 한탸에게는 무슨 의미였을까, 물었더니 제법 그럴듯 하게 남 얘기하듯 대답을 하더라. 너에게도, 언젠가는 한탸의 경험이 너의 것이 되길 바라며. 나 또한 이제서야 교양을 쌓고 있는걸. 버스 정류장까지 걸으며 나눈 얘기가 좋았다. 한 여름의 뜨거운 낮, 지하실에서 보낸 이 두 시간이 너에게도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아 주기를.내 어깨로 떨어진 폐지 조각을 주워왔는데 베트남어로 된 성경이었다! 추천사도 좋았다. 이 얘기가 과거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걸, 현재에도 너무나 유효하다는 걸.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흐라발의 세계는 우리에게 묻는다.우리는 매일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그리고 그 선택들은 결국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는가.주한 체코 문화원장한탸의 마지막 그림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복받은 자들의 승천이었다​#보후밀흐라발 #체코문학 #나쁜책 #이창실옮김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두고 흐라발 자신은 자신의 삶과 작품...#체코원작 #보후밀흐라발 #총체극단여집합 #연극후기 #SH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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